"인상이 좋다"는 말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인상이 좋아보인다", "참 편안하게 생겼다" 입니다. 진료를 할 때도 자주 듣는 이야기이고,
사석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오늘은 길거리 취객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군요.
직업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기에
편안함을 주는 인상이 절대 나쁜 것은 아니죠.
오히려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끝까지 들어주기만을 원하는 것 같고,
나도 그러한 기대를 꼭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진료를 볼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까지 그런 기대를 받아야만 하고,
그런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서 절 억압해야만 하는 것이
너무 저를 지치게 만듭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인데...
자꾸 그렇게 하게 됩니다.
저도 사람인데,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말을 할 곳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욕심과 욕망이 있습니다.
당연히 사회 질서, 법, 도덕을 지키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남의 눈에 보이는 제 껍데기만큼
제 내면이 편안하기만 했으면 좋으려만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심리학 전문가인 집사람은 저의 첫인상에 대해서
오히려 "어둡고 꼬여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네, 오히려 그것이 제 진짜 모습에 가깝습니다.
집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 오늘 집사람 曰 "제발 나한테 거짓말도 좀 해라!" -.-;; )
날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니까요...
말을 하지 못하는, 안하는 것은 조금 있지만
거짓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부부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해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정신과 의사 남편과 심리학 전문가인 아내의 대화는
가끔 사람대 사람으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문가대 전문가의 대화가 되어버릴 때도 있거든요...
요즘 저는 내적으로 혼란스럽고,
누군가에게 무슨 이야기든 하고 싶고,
아무에게나 주절거리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억압하다가 술마시고 확~ 폭발하고, 실수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리고 다시 또 실수해서 미칠 것 같고...
뭔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기분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정신분석을 받기도 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바로 알아야지
타인의 문제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소설 '닥터스'를 읽으신 분은 아실 듯...)
개인적으로는 자기분석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인데...
요즘은 그 관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덧말...
오늘 저에게 하소연하셨던 그 취객 아저씨...
부산상고를 졸업하신 초량에 사시는 부산 토박이라는 그 분...
어머님 산소를 다녀오신 후 마음이 좋지 않아서
술을 드셨다고 하셨는데,..
집에는 무사히 들어가셨는지 모르겠군요.